우한곤 기부자

국제시장 구두쇠, 1300명 아동 돕다

우한곤 기부자는 60년 전 부산 국제시장에서 ‘최고 구두쇠’로 통했다. 한 평짜리 속옷 도소매 전문점 ‘일흥상회’를 운영하면서 검은 군복을 한 벌을 헤질 때까지 입고 다녀 붙은 별명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을 향한 마음만은 늘 넉넉했다.

올해 82세인 그가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해 기부한 금액은 12억원이 넘는다. 1975년 처음으로 모교인 중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했고, 중학교가 의무교육으로 전환된 1987년부터는 초록우산을 통해 아이들을 돕고 있다. 누적 1300명 넘는 아동이 그의 지원을 받았다. 작은 가게였던 일흥상회는 연 매출 1800억원의 의류 기업 티비에이치글로벌로 성장했다.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이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우한곤 기부자는 기부를 중단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다짐 때문이었다.

“형편이 어려워 추운 겨울에 직접 찹쌀떡을 팔아 초등학교 학비를 마련했습니다. 그때 한 군고구마 장수가 제게 손에 쥐고 있으라며 달궈진 조약돌을 건네줬습니다. 얼마나 따뜻하던지요. 중학교는 한 선교재단의 장학금 덕에 무사히 졸업했죠. 어린 저를 챙겨준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이제는 그의 가족들도 대를 이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아내와 자녀는 물론 사위, 며느리, 손주까지 3대가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장남인 우종완 티비에이치글로벌 대표이사는 초록우산에 3억2000만원을 기부하며 아버지와 함께 초록우산 고액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최초의 부자(父子) 멤버로 가입했다. “온 가족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내가 죽더라도 아들이, 또 손자가 내 뜻을 이어 꾸준히 선행을 베풀고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