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융기 기부자

11살에 세상 떠난 딸, 생일마다 기부해요

“셋째 딸 태연이는 어딜 가든 사랑받는 아이였어요. 마음이 참 따뜻한 아이라서 아버지인 저도 그 애를 보며 많이 배웠죠. 아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니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군요.”

안과의사 김융기씨는 2013년 아내와 열한 살이던 셋째 딸을 한꺼번에 떠나보내야 했다. 전원주택 별채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로 생긴 일이었다. 그는 가족을 추모하기 위한 작은 의식을 준비했다. 생전 아내는 여성 장애인 단체를 지원하는 등 나눔에 관심이 많았다. 딸 태연이가 행사장에서 NGO들의 부스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던 모습도 떠올랐다.

그는 매년 태연이의 생일에 맞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1000만원씩 기부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12년째다. 가족을 떠나보낸 빈자리를 다른 누군가를 돕는 일로 채워가고 있다.

“태연이는 제 마음속에 열한 살로 남아있습니다. 제 후원금이 태연이 또래 아이들에게 쓰이면 좋겠어요. 제가 보내는 작은 마음이 그 아이들의 삶에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