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지 않은 살림이었다. 병원 총무과장으로 일했던 전종복씨와 아내 김순분씨는 한 달 월급이 2만원이던 시절 2000원을 쓰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했다. 부부는 수해로 젖은 연탄도 말려 쓰면서 세 아이를 키웠다. 그러던 중 가지고 있던 땅이 공공매입이 돼 큰 보상을 받았다. 부부는 그 돈에 대출을 보태 작은 건물을 마련했다. 30년 전 14억원이었던 건물은 시간이 흐르며 값이 크게 올랐다.
2019년 아내 김순분씨가 폐암 수술을 받은 뒤 부부는 건물을 팔았다. 그리고 30억원 전액을 바보의나눔에 그대로 기부했다. 올해로 전종복씨는 88세, 김순분씨는 80세다. 김씨는 “둘 다 크게 아픈 곳 없으니 그걸로 됐다”고 했다. “우리는 아껴 쓰는 게 몸에 배서 큰돈이 필요 없어요. 내가 쓰고 싶은 것 다 쓰면서 좋은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기부는 아껴서 하는 겁니다.”